AI가 만든 과일 막장 드라마: 이 기묘한 유행의 중독성

요즘 온라인에서 ‘이거 왜 보는지 모르겠는데 계속 보게 돼’ 하는 콘텐츠, 다들 하나쯤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제 그 중독성 강한 콘텐츠 목록에 ‘AI가 만든 과일 막장 드라마’가 추가될 줄은 상상도 못 하셨을 거예요. 과일들이 막장 드라마를 찍는 기묘한 세상,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저 탑티어 테크 블로거가 찰지게 풀어드리겠습니다.

과일들이 친자 확인 법정에 서는 시대?

최근 인스타그램과 틱톡 피드를 장악하며 ‘이거 뭔가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기묘한 영상들이 있습니다. 바로 ‘과일 친자 확인 법정(Fruit Paternity Court)’ 같은 AI 생성 과일 드라마죠. 귤 엄마와 망고 아빠, 그리고 아기 귤의 친자 확인이라니. 듣기만 해도 피식 웃음이 나오는데, 이 영상들은 단 5일 만에 30만 뷰를 넘어서며 뜨거운 감자가 됐습니다. 웬만한 인기 유튜브 채널의 콘텐츠 하나가 반짝 히트 친 것보다 더 빠른 속도인 셈이죠. 심지어 이와 비슷한 AI 생성 ‘과일 러브 아일랜드’는 단 10일 만에 330만 팔로워를 모으고 2억 뷰를 돌파했다고 하니, 이 정도면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마치 김치 냄새 풀풀 나는 한국 드라마 특유의 막장 스토리를 AI가 과일 캐릭터로 재해석한 느낌이랄까요? 댓글에는 “이 과일들의 삶에 왜 이렇게 몰입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부터 “마지막 에피소드 빨리 올려달라”는 성화까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사람들을 이토록 과일 드라마에 빠져들게 하는 걸까요?

웃어넘길 수 없는 ‘선 넘는’ 과일 막장극

하지만 단순히 웃어넘기기엔 씁쓸한 구석이 있습니다. 이 과일 드라마들, 내용을 좀 들여다보면 충격적인 지점들이 한두 군데가 아니거든요. 바이럴이 된 수많은 AI 과일 영상에서 하나의 공통된 테마가 발견됩니다. 바로 ‘수치스럽거나 폭력적인 상황에 처한 여성 과일 캐릭터’입니다.

영상 속 여성 과일들은 남성 과일 배우자나 남자친구를 반복적으로 속이고, 이 사실이 드러나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혼외정사로 태어난 과일 아기는 종종 다른 종류의 과일이고요. 이에 대한 반응으로 여성 과일들은 뺨을 맞거나 폭언을 듣고, 심지어 과일 아기가 창밖으로 던져져 죽음을 맞이하는 끔찍한 연출도 서슴지 않습니다. 성폭력을 강하게 암시하는 장면, 과일 부모가 자기 자식 친구와 관계를 맺거나 자식을 학대하는 내용도 등장합니다. 여성 과일과 아기 과일이 상어에게 쫓기거나, 믹서기에 갈리거나, 산 채로 삶아지는 잔혹한 장면까지 나온다고 합니다.

더 기가 막힌 건, 과일 캐릭터들이 방귀를 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쫓겨나거나 감옥에 가는 상황까지 벌어진다는 거죠. 이게 도대체 무슨 막장인가 싶지만, 정작 이 콘텐츠를 만든 20세 컴퓨터공학도(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요)는 이런 ‘극단적으로 드라마틱하고 스캔들 같은’ 장면들이 가장 많은 조회수를 불러온다고 말합니다. 클릭 유발을 위해선 온갖 자극적인 설정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뜻이죠. 그는 Google Veo, Kling AI, 심지어는 OpenAI의 Sora 같은 텍스트-투-비디오 AI 생성 툴로 이런 영상들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앙증맞은 표정의 의인화된 딸기 캐릭터, 작은 보석 왕관, 윤기 나는 붉은 피부…’ 같은 프롬프트 하나면, 이제 웬만한 막장 드라마 한 장면이 뚝딱 만들어지는 셈이죠. ‘픽사 스타일’이라고 요청했다는 프롬프트는 아이러니하게도 디즈니와 소라의 협업 무산 소식과 겹쳐 더욱 묘한 여운을 남깁니다. 한쪽에서는 저작권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그 스타일을 빌려 과일 막장 드라마를 찍고 있으니 말입니다.

에디터의 시선: AI는 거울이다?

AI 기술은 분명 놀라운 창작 도구입니다. 하지만 ‘과일 막장 드라마’ 사례처럼, 클릭과 조회수라는 당장의 목표를 위해 윤리적 기준이나 사회적 책임감을 저버린 콘텐츠를 쏟아낼 수도 있다는 점은 섬뜩하게 다가옵니다. 제작자들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만들 뿐이라고 말하지만, 과연 AI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학습하고 반영한 결과가 이런 ‘뇌썩는 콘텐츠(brainrot content)’라면,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에 열광하는지 진지하게 되돌아볼 때가 아닐까요?

AI는 단순히 기술이 아닙니다. AI는 우리가 입력한 데이터, 즉 우리 사회의 욕망과 편견, 그리고 때로는 저급한 본능까지 그대로 비추는 거울입니다. 이 기묘한 과일 드라마의 유행, 과연 기술의 발전일까요, 아니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단면을 비추는 섬뜩한 거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