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달간, 수학자, 물리학자, 생물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이 대규모 언어 모델(LLM), 특히 오픈AI의 GPT-5가 연구 과정에서 새로운 발견을 돕거나, 미처 생각지 못했던 해결책으로 이끌어 주었다는 사례를 쏟아내며 과학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오픈AI가 공식적으로 ‘OpenAI for Science’ 팀을 출범하며 과학 연구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픈AI가 다소 뒤늦게 이 파티에 합류했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알파폴드(AlphaFold)나 알파이볼브(AlphaEvolve)와 같은 획기적인 과학 모델을 선보이며 ‘과학을 위한 AI’ 팀을 운영해왔기 때문입니다. 딥마인드의 CEO이자 공동 창업자인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는 2023년 인터뷰에서 “이것이 바로 제가 딥마인드를 시작한 이유이며, 사실상 제 평생의 AI 경력 이유”라고 밝히며 이 분야에 대한 깊은 천착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픈AI는 왜 지금 이 시점에 과학 분야로의 진출을 선언한 것일까요? 이번 움직임이 오픈AI의 더 큰 미션과 어떻게 연결되며, 궁극적으로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새로운 ‘OpenAI for Science’ 팀을 이끄는 케빈 와일(Kevin Weil) 부사장과의 독점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심층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오픈AI의 새로운 도전: ‘과학을 위한 AI’
케빈 와일 부사장은 오픈AI에 최고 제품 책임자(CPO)로 합류하기 전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서 제품 책임자를 역임한 ‘제품 전문가’입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그의 커리어는 과학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입자 물리학 박사 과정을 3분의 2가량 마친 후 실리콘밸리의 꿈을 좇아 학계를 떠났다고 합니다. 와일 부사장은 자신의 과학적 배경을 강조하며 “평생 물리학 교수가 될 줄 알았다. 휴가 때도 수학책을 읽는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이러한 배경은 ‘OpenAI for Science’ 팀의 리더로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화이트칼라 생산성 도구나 바이럴 비디오 앱 소라(Sora)와 같은 기존 오픈AI의 포트폴리오에 ‘과학을 위한 AI’가 어떻게 들어맞는지 묻자, 와일 부사장은 회사의 핵심 임무를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오픈AI의 미션은 인공 일반 지능(AGI)을 구축하고, 그것이 모든 인류에게 이로움을 주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는 이 기술이 미래 과학에 미칠 엄청난 영향력을 상상해 보라고 독려했습니다. 새로운 의약품, 신소재, 혁신적인 장치들. “현실의 본질을 이해하고, 미해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AGI로부터 우리가 보게 될 가장 크고 긍정적인 영향은 실제로 과학을 가속화하는 능력에서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GPT-5와 함께, 우리는 그것이 가능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발언은 GPT-5가 단순한 성능 향상을 넘어, 과학적 발견의 새로운 지평을 열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경쟁 구도와 GPT-5의 가능성
구글 딥마인드가 이미 수년간 과학 AI 분야에서 선두를 달려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오픈AI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 추종이 아닌, 전략적 승부수로 해석될 여지가 큽니다. 딥마인드가 특정 과학 문제(단백질 구조 예측, 생명체 진화 모델링 등)에 특화된 모델로 깊이를 더했다면, 오픈AI는 GPT-5라는 범용적인 강력한 LLM을 통해 ‘생각의 파트너’로서 과학자의 발견 과정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케빈 와일 부사장의 언급처럼, GPT-5는 기존 LLM들이 넘어서지 못했던 특정 임계점을 돌파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단순한 정보 탐색이나 요약을 넘어, 복잡한 과학 개념을 이해하고, 가설을 수립하며, 실험 데이터를 해석하는 데 있어 실질적인 통찰력을 제공할 수준에 도달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이는 과학자들이 반복적인 작업에서 벗어나 더욱 창의적이고 심층적인 사고에 집중할 수 있게 하여, 연구의 효율성과 발견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에디터의 시선
오픈AI의 ‘과학 드라이브’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지점을 던집니다. 첫째, “왜 지금인가?”에 대한 답은 결국 GPT-5의 압도적인 성능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그동안 LLM은 언어 생성 및 이해에 탁월했지만, 과학적 추론이나 복잡한 문제 해결에서는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그러나 GPT-5는 이러한 장벽을 넘어, 이제는 실제 과학적 ‘발견’의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오픈AI 내부에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AGI로 가는 여정에서 실제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입증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둘째, 구글 딥마인드와의 경쟁 구도 심화입니다. 딥마인드가 특정 영역에서 ‘깊이’를 추구했다면, 오픈AI는 GPT-5라는 ‘범용성’을 무기로 과학 전반의 혁신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는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가졌음에도, 각 기업의 AI 개발 철학과 전략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누가 더 효과적으로 과학계에 기여하고, 더 나아가 AGI의 궁극적인 비전을 실현할지는 앞으로의 전개에 달려있습니다.
셋째, 인류의 이로움이라는 미션과 현실적 적용 사이의 균형입니다. ‘모든 인류에게 이로움을 주는 AGI’라는 목표는 고귀하지만, 실제 과학 연구에 적용될 때 얼마나 많은 접근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특정 기관이나 자본력을 갖춘 연구실에만 독점적으로 활용될 경우, 과학의 민주화보다는 격차를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윤리적 우려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오픈AI의 이번 행보는 GPT-5의 진정한 잠재력을 시험하고, AI가 과학이라는 인류 최후의 난제 해결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줄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단순히 도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AI가 연구 과정의 ‘파트너’이자 ‘공동 발견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우리는 지금 그 흥미로운 실험의 시작점에 서 있습니다. 과학의 미래가 AI와 함께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 계속해서 예의주시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