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ChatGPT의 등장은 전 세계에 AI 열풍을 일으키며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깊숙이 관여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AI는 노트북 화면 속 챗봇이나 클라우드 서버의 알고리즘으로 존재하며, 물리적인 현실 세계와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해 IT 업계가 주목하는 다음 개척지는 바로 ‘피지컬 AI(Physical AI)’입니다. 최근 CES 2024에서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피지컬 AI의 중요성을 ChatGPT의 등장에 비견할 정도로 강조하며, AI의 다음 진화가 현실 세계와의 물리적 접점에서 이루어질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화면 밖 AI의 새로운 정의: 피지컬 AI란 무엇인가?
피지컬 AI는 한마디로 ‘하드웨어에 구현되어 주변 세계를 인지하고 추론하여 행동을 수행하거나 지휘할 수 있는 AI’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나 로봇 등이 대표적인 예시로 언급되지만, AI를 활용하는 로봇은 수십 년 전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피지컬 AI는 무엇이 다를까요? 퀄컴의 자동화 주행 및 로봇 부문 VP인 안슈만 삭세나(Anshuman Saxena)는 그 차이가 로봇의 ‘추론(reasoning)’ 능력과 ‘세상과의 상호작용’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삭세나 VP는 “인간처럼 맥락 안에서 사고의 사슬을 가지고 추론하며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 그것이 바로 피지컬 AI의 진정한 정의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즉, 단순히 지시받은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주변 환경을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하여 직관적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춘 로봇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 반복 작업에 특화된 기존 산업용 로봇과는 확연히 다른 지점입니다.
하지만 피지컬 AI의 예시가 거대한 휴머노이드 로봇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퀄컴의 XR, 웨어러블 및 개인 AI 부문 SVP인 지아드 아스거(Ziad Asghar)는 이미 우리 일상 속에서 피지컬 AI의 대표적인 사례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바로 ‘스마트 글라스’입니다. 아스거 SVP는 “스마트 글라스는 당신이 보는 것을 보고, 당신이 듣는 것을 들을 수 있는 기기입니다. 즉, 당신의 물리적인 세계 안에 존재합니다”라고 언급하며, 스마트 글라스가 이미 피지컬 AI의 훌륭한 구현체임을 강조했습니다.
데이터의 순환 고리: 피지컬 AI 발전의 핵심
피지컬 AI의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데이터’입니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인터넷상의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통해 진화했듯이, 피지컬 AI는 실제 물리 세계의 고품질 데이터를 필요로 합니다. 삭세나 VP는 “LLM이 훌륭한 이유는 인터넷에 수많은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지만, 물리적 데이터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자율주행차를 실제 도로에서 훈련시키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합성 데이터를 생성하여 모델을 훈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현실의 복잡성과 미묘한 변수를 완벽하게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여기서 스마트 글라스와 같은 AI 웨어러블 기기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인간의 능력을 보강하는 것을 넘어, 로봇과 같은 다른 피지컬 AI 장치에 ‘실제 삶의 관점과 예시’를 기반으로 한 고품질 데이터셋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직접 보고 듣는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웨어러블 장치를 통해 수집하고, 이를 다시 AI 모델 훈련에 활용하는 ‘데이터의 순환 고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엔비디아 또한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합성 데이터 및 시뮬레이션을 생성하는 새로운 모델들을 발표하며 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에디터의 시선: 피지컬 AI가 그릴 미래와 우리의 준비
피지컬 AI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인공지능의 존재 양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AI가 주로 디지털 세계에서 정보 처리와 분석을 담당했다면, 이제는 현실 공간으로 나와 우리의 오감과 직접 상호작용하며 물리적인 행동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는 AI가 ‘도구’를 넘어 ‘동반자’이자 ‘증강된 현실’의 일부가 되는 시대를 예고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삶의 많은 영역에 혁신을 가져올 것입니다. 제조, 물류, 헬스케어, 재난 구조 등 인간에게 위험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이 필요한 분야에서 피지컬 AI는 생산성과 안전성을 극대화할 것입니다. 또한 스마트 글라스처럼 인간의 몸에 밀착된 피지컬 AI는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재정의할 것입니다. 정보 검색을 넘어 현실과 디지털 정보를 실시간으로 융합하고, 상황에 맞는 직관적인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우리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 뒤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현실 세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피지컬 AI는 데이터 프라이버시 침해, 윤리적 오작동, 책임 소재 문제 등 복잡한 도전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자율 로봇의 판단 오류는 실제 물리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개인 정보 수집은 새로운 형태의 감시와 통제의 위험성을 내포합니다. 따라서 기술 개발과 동시에 강력한 보안, 투명한 데이터 관리, 그리고 AI의 윤리적 사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 및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수적입니다.
피지컬 AI 시대는 AI가 ‘지능’을 넘어 ‘체현(embodiment)’을 갖추는 시대를 의미합니다. 이는 인류가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존재 방식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기술의 혁신을 환영하면서도, 그 파급 효과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책임감 있는 준비가 선행되어야만 비로소 AI가 ‘몸’을 입고 우리 삶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