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를 이용하며 콘텐츠의 질적 하락을 체감하는 사용자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짧은 영상 형식인 ‘쇼츠(Shorts)’에서 의미 없거나 자극적인 영상에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가 잦았는데요.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라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영상 편집 서비스 ‘카프윙(Kapwing)’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유튜브 쇼츠 콘텐츠의 20% 이상이 ‘AI 슬롭(AI slop)’으로 분류되며, 심지어 33%는 ‘브레인로트(brainrot)’라는 저품질 콘텐츠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콘텐츠 생산의 문턱을 낮춘 것은 분명하나, 그 이면에는 무분별한 저품질 콘텐츠의 범람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저품질 AI 콘텐츠, ‘AI 슬롭’과 ‘브레인로트’의 습격
카프윙 연구가 지목한 ‘AI 슬롭’은 뷰와 구독자 수를 늘리는 데만 초점을 맞춘, AI로 제작된 ‘부주의하고 저품질의 콘텐츠’를 의미합니다. 또한 ‘브레인로트’는 흔히 AI로 생성되기도 하는 ‘강박적이고 무의미하며 저품질의 영상 콘텐츠’를 일컫습니다. 연구진은 전 세계 상위 100개 인기 유튜브 채널을 분석하여 AI 생성 여부를 확인하고, 이들의 조회수, 구독자 수, 예상 연간 수익 등을 추적하여 인기를 파악했습니다. 더 나아가, 알고리즘의 개인화 추천이 없는 상태의 일반적인 콘텐츠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새로운 유튜브 계정을 생성하여 처음 500개의 쇼츠 중 얼마나 많은 AI 슬롭이 노출되는지 관찰하는 흥미로운 방법론을 적용했습니다.
새로운 계정으로 확인한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단 16개의 쇼츠를 시청하자마자 첫 번째 AI 슬롭 콘텐츠가 등장했으며, 이후로는 꾸준히 저품질 AI 생성 영상이 노출되었습니다. 실제로 처음 본 500개의 영상 중 104개(21%)가 AI 슬롭이었고, 165개(33%)는 브레인로트 범주에 속했습니다. 이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특정 사용자에게 최적화되기 전에도 이미 상당량의 저품질 AI 콘텐츠가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알고리즘은 왜 저품질 AI 콘텐츠를 부추기는가?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되는 배경에는 명확한 경제적 인센티브가 있습니다. AI 생성기는 콘텐츠 제작 비용을 극히 낮추거나 아예 없앨 수 있어,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가장 인기 있는 AI 채널 중 하나인 인도의 ‘Bandar Apna Dost’는 20억 7천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연간 약 425만 달러(약 58억 원)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이는 크리에이터들이 저품질 AI 콘텐츠 제작에 몰두할 강력한 유인이 됩니다. 스페인이 AI 슬롭의 최대 소비국(2천만 명 이상 구독)으로 나타났으며, 이집트와 미국이 그 뒤를 이었다는 점은 이 현상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임을 방증합니다. 결국, 사용자들이 이러한 영상을 계속 시청하고, 유튜브가 이를 인기 있는 콘텐츠로 판단하여 추천하고 크리에이터에게 보상하는 구조가 견고해질수록 AI 슬롭의 확산은 멈추기 어려울 것입니다.
에디터의 시선: 알고리즘의 딜레마와 플랫폼의 책임
이번 카프윙의 연구는 단순한 데이터 보고를 넘어, 현대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의 복잡한 딜레마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기술 발전이 가져온 생산성 향상이 오히려 콘텐츠의 질적 하락과 플랫폼의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인센티브 구조’에 있습니다. 현재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시청 시간’과 ‘참여율’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AI 슬롭이나 브레인로트 콘텐츠가 비록 품질은 낮지만, 때로는 자극적이거나 반복적인 특성으로 인해 사용자의 순간적인 시선을 사로잡고 짧은 시청 시간을 유도하는 데 성공합니다. 유튜브 입장에서는 이러한 콘텐츠가 ‘인기’ 있다고 판단하고, 더 많은 노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크리에이터들에게 더 많은 AI 슬롭을 만들도록 장려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물론, 메타(Meta)와 핀터레스트(Pinterest)처럼 일부 플랫폼은 AI 생성 콘텐츠에 라벨을 부착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같은 AI는 영상의 AI 생성 여부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노력은 ‘소비자’가 해당 콘텐츠를 계속 소비하는 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습니다. 사용자가 저품질 AI 콘텐츠를 외면하지 않는 한, 크리에이터나 플랫폼 모두 굳이 이러한 흐름을 거스를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전문 테크 칼럼니스트의 시선으로 볼 때, 이 현상은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첫째, 플랫폼은 단기적인 수익과 장기적인 콘텐츠 생태계의 건전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찾아야 하는가? 둘째, AI 시대에 ‘진정성’과 ‘창의성’의 가치는 어떻게 재정의되어야 하는가? 셋째, 사용자들은 자신에게 노출되는 콘텐츠의 품질에 대해 어떤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가?
결국 유튜브와 같은 거대 플랫폼이 이 문제에 대해 더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끊임없이 저품질 AI 콘텐츠의 파도에 휩쓸릴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품질 저하를 넘어, 정보의 왜곡, 사용자의 집중력 저하,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플랫폼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플랫폼이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을 재고하고, 질적인 콘텐츠에 더 강력한 보상을 제공하는 정책을 고민할 때입니다. 동시에, 사용자들 역시 ‘좋은 콘텐츠’를 분별하고 소비하는 비판적인 시각을 기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AI 기술이 가져올 미래의 콘텐츠 환경은 플랫폼, 크리에이터, 그리고 사용자 모두의 책임감 있는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