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AI 업계는 뜨거운 전쟁터와 같습니다. 모두가 최고의 모델을 만들고,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으며, 세상을 바꿀 ‘승리’를 꿈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최고의 모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엄청난 자원, 널리 사용되는 제품, 그리고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라는 복잡한 퍼즐 조각들을 동시에 맞춰야만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퍼즐 조각을 이미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단 하나의 기업이 있다면, 바로 구글입니다.
모델 우위와 독점적 인프라의 힘
구글은 지난 한 해 동안, 그리고 최근 며칠 사이에도 AI 분야에서 가장 강력하고 영향력 있는 주체가 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일련의 움직임을 선보였습니다. 그 중심에는 구글의 최신 거대 언어 모델인 ‘제미니 3(Gemini 3)’가 있습니다. 이 모델은 현재 시장에서 가장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것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으며, 대부분의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우위를 점하며 전문가들로부터 최상위권에 자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물론 AI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최고의 모델’이라는 타이틀이 영원할 수는 없겠지만, 구글은 일관되게 업계 최고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고 있습니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제미니 3의 훈련 방식입니다. 구글은 수년 동안 이와 같은 목적으로 자체 개발해 온 특화된 칩인 ‘TPU(Tensor Processing Unit)’를 활용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엔비디아(Nvidia)의 공급망에 의존하는 경쟁사들과의 차별점을 넘어섭니다. 구글은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전체 시스템을 최적화하여 AI 개발 및 배포를 더욱 효율적이고 빠르며, 비용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AI 개발의 전 과정에 걸쳐 ‘풀스택(Full-stack)’ 제어력을 가진 기업은 현재 구글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품 확장과 데이터 선순환의 전략
기술 인프라를 구축했다면, 이제 이를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실제로 작동시켜야 합니다. 최근 구글은 애플과의 협력을 통해 제미니가 차세대 시리(Siri)에 탑재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애플에게도 큰 이득이지만, 구글에게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애플이 제미니를 ‘최고의 기술’이라고 인정한 것은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며, 무엇보다 시리는 곧 제미니와 상호작용하는 가장 대중적인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애플의 크레이그 페더리기(Craig Federighi)는 2024년 시리가 하루 약 15억 건의 요청을 처리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요청의 상당 부분이 제미니를 통해 처리된다면, 이는 제미니 앱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챗GPT(ChatGPT)에 뒤처져 있던 격차를 메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구글은 ‘개인 인텔리전스(Personal Intelligence)’라는 옵트인(opt-in) 기능을 발표하며 제미니를 사용자의 방대한 데이터와 연결하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이러한 제품 확산과 데이터 수집은 기업들이 더 나은 모델과 제품을 만들 수 있게 하는 ‘데이터 선순환(data flywheel)’의 핵심 동력입니다. 사용자의 활동과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모델은 더욱 정교해지고, 이는 다시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강력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에디터의 시선
구글의 최근 행보는 단순한 기술적 우위를 넘어선, AI 패권 장악을 위한 거시적인 전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고 성능의 모델은 기본이고, 핵심은 ‘풀스택’ 제어력과 ‘데이터 선순환’ 구축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자체 TPU를 통한 하드웨어 독립성은 비용 효율성과 최적화라는 강력한 무기를 제공하며, 이는 외부 반도체 공급망에 의존하는 경쟁자들이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특히 애플 시리와의 협력은 AI 모델의 ‘유비쿼터스(ubiquitous)’화를 향한 중요한 발걸음입니다. 시리 사용자가 곧 제미니의 잠재적 사용자가 되는 것이며, 이는 모델 학습에 필요한 실시간 사용자 데이터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여기에 ‘개인 인텔리전스’ 기능은 사용자의 가장 깊숙한 디지털 생활 속으로 제미니를 침투시켜,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AI 경험을 제공함과 동시에 구글의 데이터 지평을 더욱 확장할 것입니다.
결국 구글은 AI 시장에서 단순히 ‘가장 똑똑한 모델’을 넘어, ‘가장 광범위하고 깊이 통합된 AI 생태계’를 구축하려 합니다. 이러한 전략은 AI 기술이 점차 중앙 집중화되고, 소수의 거대 기업이 막대한 데이터와 인프라를 바탕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시나리오를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다른 AI 기업들이 모델 성능 경쟁에만 몰두하는 사이, 구글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견고한 ‘AI 제국’의 기반을 다지고 있습니다. 이는 AI 기술의 미래 방향과 산업 구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